왕비의 마음에 새겨진 고귀함, '오조룡왕비보'.
'보'는 조선시대 왕과 왕세자의 곤룡포나 왕비ㆍ세자빈의 적의ㆍ원삼ㆍ당의의 가슴과 등, 양 어깨에 장식한 둥근 천을 말한다.
용은 예로부터 국왕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기 때문에, 왕의 직계 가족들은 용을 수놓았으며, '오조룡'은 다섯 발가락의 용을 말한다. 왕과 왕비는 '오조룡', 왕세자와 세자빈은 '사조룡', 왕세손과 세소빈은 삼조룡의 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조선 말기에는 이러한 제도가 확실히 지켜지지 않아 대부분의 유물이 오조룡보로 되어있다고 한다.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사이트)
용보는 볼때마다 이 디테일에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생김새는 어쩜 이리 해학적인 것이며 비늘의 디테일함과 구름과 바위, 물결 등의 장생문은 또 다채롭고 대칭을 이루며
형태들이 상징적이다.
그리고 용보에는 항상 중심에 '여의주'를 품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다른 유산을 올릴 때도 나올 듯 싶다.
용보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느낌이 또 다르다.
실제로 보는 것이 훨씬 고풍스럽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용보는 놀랍게도 현대시대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각종 한국적인 굿즈 및 상품 등에 많이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임금의 이미지를 그리다보면 용보의 이미지를 자주 활용하는데,(본 게시글의 왕비보와는 다르지만)
용보를 넣는 순간, 이미지의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추후에 또 언급하게 될 듯 싶다.
헌데, 왕의 용보와 왕비의 용보는 사뭇 다르다. 왕비의 용보는 좀더 푸르른 자연 위에 날고 있는 듯한 용의 모습으로,
개인적으로는 한결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듯하다. 나만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왕의 용보다는 한 층 가볍되,
왕비의 마음에 새겨진 용보의 무게감 또한 임금 못지 않았으랴.
용이란 무거운 책임감을 지닌 신성한 영물이다.
-
여담으로 서울공예박물관은 상당히 잘 기획되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볼 것이 훨씬 다채로웠고 상당히 고퀄리티적인 전시를 하고 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갔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공예 예술들을 볼 수 있었고, 여러모로 뜻깊은 발걸음이었다.
-----
일러스트레이터 광광
'은은한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이 스며들어 이루어진 뜻을 말다, '지통' (0) | 2025.05.22 |
---|---|
국가의 상징을 붉은 의지로 품어내는, '보록(어보함)' (0) | 2025.05.21 |
청동같은 의지로 말을 이끄는, '재갈' (0) | 2025.05.19 |
소식을 한편에 짊어지는, '고비' (0) | 2025.05.18 |
오색빛깔 용들의 명단, '액정서 관원의 명단을 새긴 현판' (0) | 202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