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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문화

가는 길을 아름답게 장식한, '상여'

by 광광작가 202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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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란 상례 때 시신을 묘지까지 운반하는 기구로, 규모에 따라 '대여(大輿)' 또는 '소여(小輿)'라고 한다.

 

원래는 소나 말, 또는 사람이 끄는 수레였으나, 『주자가례 (朱子家禮)』를 수용하면서 사람이 어깨에 메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서 '주자가례'란 ' 사대부 집안의 예법과 의례에 관한 책'을 말한다.

 

크기와 형편에 따라 12인, 16인, 24인 등이 함께 메고 운반했다고 하며, 대개 마을마다 마련하되 상여틀을 분해,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며,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상엿집에서 보관했다.

(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상여, 국립민속박물관 (2020)

 

그리고 본 사진의 상여는 '산청전주최씨고령댁상여'로, 국가민속문화유산 제230호로 등록되어있다.

 

한 눈에 겉보기에도 굉장히 화려하고 다채롭다.

오방색이 물씬 느껴지고, 장식으로는 청사초롱과 용ㆍ봉황 장식, 단청 등이 많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자그마한 사람 형태의 나무 인형들이 세워진 것들도 확인할 수 있다.

 

상여, 국립민속박물관 (2020)

 

이토록 화려한 이유는 아마 고인이 가는 길이 초라하지 않고 화려하게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봉황이나 청룡, 황룡과 같은 장식들은 가는 길까지 영혼을 수호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청사초롱은 고인이 가는 길이 어둡지 않고 밝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기지 않았을까?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까지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청전주최씨고령댁상여, 국립민속박물관 (출처 : e뮤지엄 사이트)

 

실제로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처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접했을 때는 이토록 화려한지라 고인의 관을 이동하는 수단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의미들을 생각해보니, 아~ 이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산청전주최씨고령댁상여, 국립민속박물관 (출처 : e뮤지엄 사이트)

 

사람들이 가는 길이 부디 초라하지 않기를.

그리고 한치 앞을 모르는 시간 속에서도 각자의 다채로움이 빛을 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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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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